하나님보다 앞선 사람
- Details
- Category: 목사님 칼럼
- Published on Monday, 11 February 2013 11:51
- Hits: 1608
하나님보다 앞선 사람
2003년 11월 14일 금요일 밤 7:30분쯤에 모처럼 시애틀 지역에 열리는 [찬양과 간증의 밤]에 참석하려고 청년 대학생들을 데리고 나사렛 교회에 나갔습니다. 이 행사는 월드비젼이 주관하고 기독교회 연합회가 협력하는 그런 뜻 깊은 일이었고 특별히 월드비젼을 통하여 전 세계에서 굶주리고 죽어 가는 어린 생명들을 구하려는 깊은 신앙과 선교적 사명을 그 배후에 깔고 있는 행사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월드비젼 친선 대사로 있다는 윤모권사가 특별 출연을 하게 된 것입니다. 청년 대학생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모처럼의 행사를 위해 본 교회에서는 모든 행사도 생략한 체 저 또한 어린 시절부터 익히 잘 알고 있던 윤복희씨의 간증과 찬양을 듣고 싶은 기대감에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부풀어 있었습니다. 이미 주차장은 만원이 되었고 실비가 내리는 거리를 넘어 주차장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로 그 교회 일대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 또한 공연장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쳐졌던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증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시간은 15분이나 지나 있었지만 공연은 아직도 시작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맨 뒷자리 원로 목사님께서 앉아 계시는 옆자리가 비었기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기도로 마음을 준비하였습니다. 기도가 끝나자 옆 좌석의 원로 목사님께서 “나는 이미 10분을 잃어버렸어”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자리에 앉아 기다리기를 10분 이상하였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원로 목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나는 이제 죽을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10분이 굉장한 것이야” 하셨습니다. 빨리 시작되지 않음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었습니다. 그러고도 한참이나 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조명이 어두워지더니 10여명의 찬양팀이 나와서 찬양으로 행사는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에 드디어 윤복희권사가 나타났습니다. 찬송가 40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열창하기 시작하였는데 뜻밖에도 찬송과 섞어서 자신을 향해 플레쉬를 터트리며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플레쉬는 터트리지 말라고 짜증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고 거의 곡이 다 끝날 때 가지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이 익히 잘 아는 대로 다 같은 찬송가에 수록된 찬송곡이라도 그 장르는 다 다른 것입니다. 40장 찬송은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과 경배’에 해당하는 곡입니다. 그것은 오로지 하나님께만 영광 돌려 드리기 위해 부르는 곡이라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찬송을 부르면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사진 찍을 때 플레쉬 터뜨리지 마시오 내 마음속에 그리워 볼 때 풀레쉬가 너무 강하니 방해가 됩니다. 터트리지 마시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이렇게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곡의 노래를 부르면서 “간증을 할까요 말까요?”하는 볼멘 소리를 몇 차례나 하다가 공연 매너가 좋지 않다는 등의 불평으로 결국은 끝까지 공연을 계속하지도 않은 채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순서지에는 전반 한 차례 후반 한 차례씩 윤모권사의 공연이 45분간 예정되어 있었으나 그 모든 순서조차도 무시되어 버린 채 25분도 채 채우지 못하고 그렇게 공연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1천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연히 제 얼굴이 뜨거워지며 무척이나 송구스러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외롭고 삭막한 이민 생활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고 싶어 저마다 바쁜 주말에 시간을 내어서 달려 왔을 텐데 이런 저런 불평으로 제대로 공연조차 하지도 않은 채 들어가 버린 윤모씨에 대한 실망으로 하나 둘 공연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그들의 실망이 대단하였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기아로 허덕이는 어린 생명들을 구하겠다는 월드비젼 친선 대사로 왔다는 권사님이 사사로운 자신의 기분을 따라 몰려든 우리 많은 사람들을 이렇게 대우하는 모습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독교회 연합회에서 주선하는 행사라기에 준비 모임부터 열심히 참석하고 본 교회의 금요일 밤 중요 행사들까지도 다 생략한 채 교인들을 동원하여 참석할 만큼 기대했던 행사라 더욱더 뒷맛이 씁쓸하였던 것입니다. 소위 권사라는 사람이 일반 연예인들보다도 더 성실하지 못하게 공연에 임하는 모습에서 실망감과 상실감이 더 컸던 것은 결코 나만의 일은 아닌 듯 싶었습니다. 어느 교회에서 훈련받았는지 모르지만 하나님께 드리는 찬송 하나도 제대로 구별하여 성의를 다하지 못하는 권사라면 깊이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신자는 늘 하나님께 하듯 하여야 하겠으며 무슨 일을 하든지 꼭 그 결과가 하나님께 영광 되게 하여야 하겠다는 새로운 깨달음을 엉뚱하게도 실패한 공연을 통해 교훈 받게 되었음은 그나마도 감사 드려야 할 이유가 되어 감사하였습니다. 그 어떤 일도 하나님 보다 자신이 앞서지 않도록 조금만 더 인내하고 조금만 더 사랑하게 된다면 불가능 한 일도 아닐텐데... 벌써 인생의 가을을 맞은 나이에 아직도 화려했던 자아만이 살아 있어 자신의 감정 하나도 다스리지 못하는 모습이 겨울 낙엽만큼이나 씁쓸해 보였던 것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