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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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 목사님 칼럼
- Published on Thursday, 27 September 20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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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열매
어느 날 왕이 어떤 사나이에게 사람을 보내어, 즉시 자기에게로 오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나이에게는 세 친구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친구는 그가 몹시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 그 친구를 자기의 제일 다정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친구 역시 사랑하고는 있었지만 첫 번째 친구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친구는 친구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왕의 명령을 받자 그는 자기가 어떤 악한 짓을 하여 벌을 받는 것이나 아닌가 하여 두려웠기 때문에 혼자서 왕에게 갈 용기가 나지 않아 세 친구들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먼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친구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이유도 말하지 않고 싫다고 냉정하게 거절하였습니다. 두 번째 친구에게 부탁하자 ‘궁궐 문까지는 함께 가지만 그 이상은 갈 수 없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친구는 의외로 ‘암 함께 가 주지, 자네는 아무 것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으니까 조금도 두려워 할 것이 없네 내가 함께 가서 임금님께 그렇게 말씀 드려 주지’ 하고 말하였습니다. 이제 그의 세 친구들은 왜 각각 그렇게 말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하십시다. 첫 번째 친구란 곧 재산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돈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지라도 죽을 때에는 고스란히 남겨 두고 가야만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친구는 곧 가족이나 친척들입니다. 무덤까지는 따라가 주지만 그를 거기에 남겨 두고 돌아가 버립니다. 세 번째 친구는 선행입니다. 착한 행실은 평소에는 별로 눈을 끌지 못하고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죽은 뒤에는 영원히 그와 함께 있어 조물주이신 하나님으로부터 큰상을 받게 됩니다. 만물이 주인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풍성한 열매를 맺혀 탐스럽게 자랑하고 있는 복된 계절 가을입니다. 과연 우리는 무슨 열매를 기대하고 무엇을 위해 그렇게 동분서주하고 있는지? 이 계절 앞에 한번 엄숙히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인생이란 강물과 같아서 한번 흘러가 버리면 다시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돈도 좋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친척들도 소중합니다. 더 더군다나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타국에서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다시없이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앞서 풍자하여 들은 이야기처럼 그렇게도 돈을 첫 번째 가는 좋은 친구로 알고 사랑하고 의지하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냉정하게 거절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그 돈이 가진 역량이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돈이 좋기는 하지만 내가 가야 할 영원한 내세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존재라면 그것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일생의 소중한 삶을 허비해 버린다면 그런 삶이야말로 어리석은 것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가족, 친척, 친구들이 과연 중요하고 소중한 분들임에는 틀림없지만 엄밀하게 따져 본다면 그들도 또한 나의 영원한 인생과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한계적 존재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죽어 퓨너럴홈에 누워 있게 되면 그 다음에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가 또한 우리 인간관계입니다. 그렇게도 사랑하던 사람을 땅에 묻고 와서도 여전히 밥을 먹고 일을 하며 일상에 아무런 변화도 없는 삶을 여전히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선행은 우리들을 부르시는 임금님 앞에까지도 함께 가 줍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삶의 가치인 것입니다.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복을 타고난 인생들입니다. 그래서 파스칼은 사람을 일컬어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도 이제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누구나 마지막 순간에 임금님의 부르심을 받을 것인데 그 때 누구와 함께 그 엄숙한 부르심에 동행할 수 있겠는가?를 말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돈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돈을 흩어 구제하고 선교하며 값지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지 않고 이웃들의 삶을 돕고 협력하는데 자원 봉사자로 나서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로든 우리들은 이와 같은 사랑에 빚을 진 존재들입니다. 가깝게는 부모 형제들로부터 멀게는 낯모르는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그래서 한 시대에 위대하게 쓰임 받았던 사도 바울이라는 사람은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빚진 자입니다’고 고백하였던 것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인데 이처럼 빚을 진 때가 있었으면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어 빚을 갚고 또한 우리들이 도움을 받을 때 고맙고 감격하였던 것처럼 누군가가 도움을 간절히 요청하고 있으면 아낌없이 도와주는 그런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들이 밥만 먹지 않고 때로는 모임에도 가고 음악회도 가며 미술을 감상하기도 하며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다 이와 같은 범주에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기왕에 그와 같은 삶의 아름다운 발상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천국까지도 함께 따라 갈 선행이란 친구를 만들어 봄이 어떨는지요? 30여년간 교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이처럼 사는 사람들의 삶보다 더 귀한 것이 없는 것 같아서 감히 선행을 위한 삶이 가장 복되고 가치 있는 삶이라고 이처럼 말씀 드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만물이 열매를 맺히는 복된 계절에 우리들의 삶의 열매도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