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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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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시주를 나온 스님이 놀부네 집으로 시주를 갔습니다. 아무리 인색한 놀부라지만 부처님에게 시주야 드리겠지? 하는 기대를 안고 놀부네 큰 대문을 들어섰습니다. 과연 얼굴에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부티나는 놀부가 큰 대청마루에 큰 대자로 누워 자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다시 한번 옷매무새를 고치고 근엄한 목소리로 “소승이 절에서 시주를 나왔습니다. 자비하신 부처님께 시주를 좀 주시지요.” 하면서 자는 놀부를 깨웠습니다. 부시시 일어난 놀부가 스님을 노려보더니 “일 없으니 어서 나가보시오” 하고는 벌렁 다시 드러눕는 것이었습니다. 괘씸한 생각이 든 스님은 목탁을 꺼내 들고는 “어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잠을 자도록 내가 그냥 두나 보자” 하면서 목탁을 두들기며 염불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나봐라, 가나봐라, 가나봐라...”하면서 말입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시주를 내 놓을 때까지 끝까지 한번 해 보리라고 생각하고 계속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세숫대야를 두드리면서 또 다른 염불이 흘러 나왔습니다. “주나봐라, 주나봐라, 주나봐라...” 하면서 놀부가 버티고 선 것입니다. 결국 스님은 기대를 접고 돌아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꾸며 만든 풍자겠지만 우리들을 한번쯤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들의 작은 기대를 깨뜨려 버리는 이와 같은 방해물이 너무나도 많이 있습니다. 잘못된 기대가 바로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게 되는 것입니다. 새해가 이제 닷새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새해라고 해서 저절로 모든 것이 다 새로워지고 변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달라지는 것은 새해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마음인 것입니다. 마음을 고쳐먹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는 그 날이 바로 새해가 되는 것입니다. 스님과 같이 남에게 의존하는 기대는 그래서 어리석은 실패로 끝나고 마는 것입니다. 오히려 무엇인가 남에게 베풀고 주는 삶으로 자신을 변화시켜 가는 기대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주고받는 원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사람의 통념상 먼저 선물이나 사랑을 베풀어 온 사람에게는 그보다 나은 것으로 되 갚아 주는 것이 상식입니다. 10불 짜리 선물을 해 왔으면 최소한 11불 이상으로 선물을 해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으로부터 큰 기대를 가졌다면 내가 먼저 그 기대에 부응하는 대접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기대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02년도가 이제 나흘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밝아 오는 2003년도의 새해는 이처럼 베풂으로 받는 그런 멋지고 성숙한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남으로부터 받으려는 기대는 언제나 어긋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내가 먼저 베풀어 사람의 마음을 열고 그로 인해 가까워진 너와 나의 사랑 속에 내일과 미래의 행복을 영글게 하는 그런 기대, 새해에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미국의 저력은 바로 이와 같이 베풀고 사는데 있음을 우리는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지난 9.11 테러 이후 가난한 소시민들이 상처 입은 이웃들을 위해 도네이션 해준 총 기부금이 무려 18억 8천만 달러에 이르렀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이에 대한 분명한 해답이 될 것입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미국인들의 이 놀라운 정성과 사랑은 실로 우리들을 놀라게 하기에 너무나도 충분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01년 한해 동안 미국인들이 기부한 총액은 무려 2,120억 달러에 이릅니다. 미화 1억불은 한화 1,200억원입니다. 이렇게 계산해 보면 참으로 1년 동안 이웃을 위해 내 놓은 미국인들의 사랑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입니다. 그들은 우리들처럼 많은 재산을 모으고 살지 못하지만 우리들 보다 훨씬 더 삶의 행복감을 느끼며 사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이만하면 진정한 복은 무엇이며 진정한 기대는 또한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갖게 될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이처럼 받는 것 보다 진정 주는데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는 뜻 깊은 이 계절에 우리들도 삶의 질을 높이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삶의 중심에 내가 서 있지 말고 우리들을 위해 하늘 보좌도 버리시고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우리들도 이제는 주님을 가슴에 품고 조금은 비켜서서 그분께서 우리들의 삶을 주장하실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해 보는 그런 삶을 추구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세월이 빨리 지나는 것을 보면 우리들의 남은 삶도 그리 많지 못하다는 결론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다 두고 갈 것을, 그렇게 거기에 미련 두고 아옹다옹 하며 사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우리들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훌훌 털어 버리고 평생 모은 50억을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써 달라고 이름도 밝히지 않고 갖다 맡긴 한 할머니처럼 진정한 기대는 내일을 살리는 우리들의 꿈나무들에게 있음을 인식하는 그런 마음을 오늘 우리들도 따뜻한 가슴으로 받아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될 때 진정 밝아 오는 2003년은 복된 새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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